플랫폼, 광고 다음을 봄

매월 할 일 : 월간 윤종신(月刊 尹鍾信) 구독

서피디 2015. 6. 29. 15:51

[Platform : 정찰봇, 광고 다음을 봄]


매월 할 일 : 월간 윤종신(月刊 尹鍾信) 구독

- 존재감 있는 디지털 매거진

 


전통적인 광고 영역에서 벗어나려는 광고회사들의 행보를 소개하는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잘 하고 있는 걸까?’라고 자문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건 영 불편한 당신이라면 상황을 반전시킬 활동 하나를 권한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등장하는 캐릭터 셀(Cell)처럼 정찰용 로봇을 통해 등장 인물들의 여러 전투를 컴퓨터에 입력시켜 기술을 하나씩 습득하는 거다. 물론 활동 반경이나 취향에 따라 정찰하고 싶은 분야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개개인들이 습득한 기술의 분야가 다양하면 다양할 수록 ‘우리’라는 주인공 캐릭터는 보다 완전체에 가까워질 것이다. 엉뚱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각설하고 이 지면에서는 ‘광고의 다음’을 위한 정찰봇 활동으로 제품과 유통을 바꾸며 타깃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확장하는 플랫폼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플랫폼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공간, 모임 혹은 손에 잡히지 않는 디지털 파일이 될 수도 있다. 심취하여 엿보고 파고들되 광고 다음을 위한 결정적 한 방을 찾았으면 한다.
 

“나는 팬덤을 잃은 가수. 아마 여기 모인 분들은 비주류일거다.”

 

2010년의 어느 초여름 날, 실로 오랜만에 찾은 윤종신의 대학로 공연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의 히트곡도 신곡도 아닌 바로 위의 발언이었다. 


1990년대를 대표하던 발라드 뮤지션으로 2000년대 들어서는 예능 늦둥이로 활약하며 유명인이 되었지만 오래된 팬들에게서 비판을 받았던 터라 이 발언에는 자조와 유머가 섞인 듯했다. 곧이어 대중음악계 최초로 뮤지션의 이름을 내걸고 매월 음악을 발표하겠다는 <월간 윤종신>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곧이어 느껴진 건‘ 존재감 있는 비주류’가 되겠다는 단호한 결의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음원차트의 1위곡이 바뀔 정도로 음악의 유통과 소비방식은 인스턴트화 됐다. <월간 윤종신>은 앨범 단위로 신곡을 발표하던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변해가는 환경에서 뮤지션으로 살아가기 위한 자구책으로 오프라인 월간 잡지처럼 매월 음악을 선보이는 활동을 기획했다. 초기에는 SNS에서의 홍보와 팬들과의 소통이 <월간 윤종신> 활동의 대부분이었지만 감각적인 뮤직비디오와 실제로 모바일에서 음악·이야기·화보·영상을 만지고 보고 들을 수 있는 디지털 매거진 앱 창간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멀티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이전에도 웹 상의 커뮤니티에서 뮤지션과 팬인 소비자가 소통한 사례는 있었지만‘ 플랫폼’ 형태로, 그것도 5년 가까운 기간 동안 꾸준하게 소통한 사례는 전세계 음악계에서도 유일무이하다. (지난 1월에 매월 음악으로 번 돈으로 세금을 내기 위해 시작했다던‘ 월세 유세윤’이 도전장을 내밀긴 했지만 플랫폼 형태는 갖추고 있지 않다.) <월간 윤종신>이란 음악 플랫폼에서는 무엇을 엿볼 수 있고, 무엇을 습득할 수 있을까?



1. 시대상의 반영을 봄

<월간 윤종신>은 변화된 시대상을 빠르게 반영한다. 매일 포스팅을 해야‘검색 상위 노출’에 유리한 블로그, 최신 이슈들이 타임라인에서 반응을 얻고 빠르게 소비되는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공유하고 어떤 채널로든 유통되는 유튜브 등 디지털 시대의 소비 생태계가 반영돼 있다. 또한 SNS에 끊임없이 창작의 과정을 일상적인 화법으로 쏟아내는 것도 마치 유저들이 개인미디어를 이용하는 행태가 반영 되어 있는듯하다.그러면서도 매월 발표한 음원으로 1년에 한 번씩‘ 행보(行步)’라는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아날로그적 활동도 빼놓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 익숙해있으면서도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갖고 있는 지금 시대의 우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2. 지루함에 대한 경계심을 봄
 


<월간 윤종신>은 늘 반보 정도 앞서가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 초창기 <월간 윤종신> 음악이 주로 발표하는 계절의 정서를 전했다면 - 예로 2010년 8월호 해변의 추억, 2011년 1월호 Happy New Year… With You, 2011년 4월호 결국 봄 2011년 11월호 늦가을 – 2012년 상반기는‘여가수와 윤종신’, 하반기는‘ 프로듀서와 윤종신’이라는 협업을 선보였다. 2013년에는 본인의 과거 히트곡을 다른 가수에게 부르게 하고, 다른 가수에게 준 곡을 본인이‘ 리페어(Repair)’하여 자칫 진부할 수 있는 리메이크 곡을 새롭게 표현해냈다. 2014년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을 먼저 읽고 만든 6월호‘ 여자 없는 남자들’, 스마트드라마 장르의 모바일 게임 <회색도시 2>의 스토리로 만든 9월호 ‘회색 도시’ 등의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드라마 <미생>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12월호‘ 지친 하루’ 까지 장르와 분야를 뛰어넘는 협연을 펼쳤다. 장기적으로 소통하고 소비되는 플랫폼이 가져야 할 지루함에 대한 경계심이어서일까? 매월 바뀌는 월간 잡지의 콘텐츠 만큼이나 매월 기대감을 준다.


 


3. 협업에 대한 열린 자세를 봄

<월간 윤종신>은 윤종신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다. 정석원·윤상·김현철·유희열처럼 1990년대에 함께 활동했던 뮤지션이나 안성진 포토그래퍼와 같은 오랜 인맥들과 함께하는 절친 프로젝트이면서, 때로는 순발력 있게 장재인, 곽진언, 김필, 강승윤, 김그림 등 슈퍼스타K에 출연한 신인가수를 위해 메인 보컬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영상 전문가·음악 프로듀서 등 탐나는 외부 전문가의 영입에도 유연하고, 일러스트레이터와 매달 음원 커버 아트를 제작하여 모바일 게임회사 4:33, 가나아트센터와 협업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부부의 사랑에 관한 곡을 써놓고 뮤직비디오 안을 고심하던 중 우연히 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 예고편을 뮤직비디오의 소재로 쓰는 걸로 추진해 화제가 되었던 2014년 11월호‘ 행복한 눈물’은 협업에 대한 경계를 두지 않고 새로움을 위한 화학작용을 시도하는 플랫폼 운영자의 열린 자세를 엿볼 수 있다.

4. 끊임없는 진화를 봄
 


<월간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 발행자 및 편집장’이라는 프로필을 단 트위터에서부터 시작하여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페이지, 인스타그램 등 소위‘ 핫하다’는 채널은 모두 섭렵하고 있다. 채널이 늘다 보면 관리의 소홀함이 목격될 법도 한데 아주 조밀하게 각각의 채널에 공개되는 콘텐츠를 보면 놀랍기만 하다. 아이패드에서 처음 공개한 디지털 매거진 앱 역시 아이폰,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이용범위가 확장되고 매월 새로운 콘텐츠가 쌓이다 보니 아카이빙(archiving : 자료를 모둔 파일이나 목록)이 되어 잡지의 과월호를 사보듯 예전 곡들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
 


구독자들을 위한 코너도 진화하고 있다. 팬들이 보내준 가을 사진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한 2011년 11월호‘ 늦가을’, 약 6천여명의 구독자가 투표한 음악을 콘서트 현장에서 순위를 발표하는 ‘2013 월간 윤종신 콘서트 : 구독자들의 선택’, 그 달의 <월간 윤종신>을 듣고 독자들이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을 만들고 공유하는‘ 월간 투게더’ 프로젝트, 연말 시상식 포맷으로 한 해 활동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콘서트 ‘종신예술대상’ 등을 보면 월간 윤종신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조심스럽게 몇 해 내로‘ 종신노래자랑’도 열리지 않을까 예측해보면서 목청을 가다듬어 본다.



5. 꾸준함에 대한 태도를 봄

2010년 3월부터 2015년까지 매월 발행하고 있으니, 웬만큼 부지런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후발주자가 생기기 쉽지 않은 플랫폼이다. 광고업에 종사하면서 '월간 단위의 활동'이라는 컨셉을 광고 캠페인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결국 성사하지 못했던 건 '꾸준함'을 담보로 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이지 않았을까?

결국 <월간 윤종신>이라는 플랫폼이 가진 가장 큰 가치는 ‘꾸준함’이다.

고정 팬이 많지 않다라는 약점과 매월 발표하는 음악의 희소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걱정스러웠던 행보가 흔들리지 않는 꾸준한 시도들로 해가 다르게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하나의 미디어가 되어가고 있다. 늘 반보 앞서 나가는 시도들이 매월 반영될 수 있는 플랫폼을 갖고 있다라는 건 빛 보지 못한 아이디어를 측은한 마음으로 폴더 속에 묵혀두는 광고인의 입장에서는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월간 윤종신>에 명대사 코너가 있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 “꿈은 꾸준한 만큼 이루어진다.”



강력한 팬덤을 가진 아이돌이 아님에도 1천만에 육박한 유튜브 영상 누적 뷰를 기록하고, 트위터 팔로워 수가 70만 명이 넘고,페이스북의 ‘좋아요’ 수가 45만 명을 넘었다. 디지털 매거진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도 50만이 넘어 배달의민족, 그라픽플라스틱, 새로 개봉하는 영화 등 잡지처럼 디지털 매거진 페이지에서 광고를 게재하는 광고주도 늘어나고 있다. 이 정도면 ‘존재감 있는 비주류’로서 주류를 견제하고 있는 음악 플랫폼의 행보가 아닐까? ‘기어코 행복하게 해준다’라는 윤종신 노래말 역시 단호한 결의로 느껴진다. 참고로 필자는 20년 넘는 윤종신 팬이라 이번 플랫폼은 별도의 취재 없이 단번에 쓸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난 감사 드렸어.”

<월간 윤종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면?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monthlyjs

-유튜브 http://www.youtube.com/monthlymelody

-iOS 매거진앱 http://itun.es/i6DK6TB


※  제가 HS Ad 사보에 연재 중인 [Platform: 정찰봇, 광고 다음을 봄] 코너에서 가져왔습니다.